작성일 : 14-08-11 10:24
[경향신문] 핵폐기물 처리문제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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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4) 국제적 문제 ‘방폐장’

흔히 원자력발전소는 화장실 없이 지은 아파트단지에 비유된다. 방사성폐기물 처분 대책은 전무한 채 일단 세계적으로 원전을 짓고 보는 행태가 벌어진 것이다. 1954년 구소련에서 최초의 원전이 가동된 후 60년이 지났지만 세계는 사용후 핵연료 같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보관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완공한 국가는 아직 없고, 세계5위 ‘원전 대국’인 한국도 마찬가지다. 방사성폐기물은 나라끼리도 밀고 당기는 국제적인 두통거리가 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 내 중간저장시설에서 원전 해체 작업자가 제염 작업을 하고 있다. 제염은 화학물질을 넣어 방사선에 부식된 물질의 방사능 수치를 낮추는 작업이다. 제염 과정을 거친 원전 핵심설비와 부품들은 절단하거나 인출해 저장한다. |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제공


▲ 원전 대국 미국·독일·일본,
지자체·시민들 반대 부딪혀 부지 철회 등 못 짓는 상태
처리 답 없는 방사성폐기물… 선진국, 후진국에 전가 시도


■ 미국·독일·일본도 짓지 못하는 고준위 방폐장

미국은 1987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북서쪽 사막에 있는 ‘유카마운틴’ 부지를 방사성폐기물 영구처분장 후보지로 선정했다. 처분시설의 용량은 원전 한 기에서 60년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 12만2000t으로 잡았다. 미 당국은 처분장이 포화되면 50년간 모니터링한 뒤 입구를 폐쇄하고 지상부는 재자연화해 복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네바다주정부가 계속 반대하자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유카마운틴 부지 승인을 철회했다. 미국은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했다.

독일에서도 40여년 전 결정한 것이 지난해 뒤집혔다. 1979년 니더작센주 주지사는 동·서독 국경지대인 고어레벤에 방사성폐기물 종합처리장 건설을 제안했고, 1986년부터 지질조사가 이뤄졌다. 그러나 시민 참여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를 선정했다는 이유로 고어레벤은 독일 반핵·탈핵 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 계획 추진·중단이 반복되다 지난해 연방정부·의회·주정부는 2031년까지 새 부지를 선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2000년부터 방사성폐기물 최종처분장 부지 선정을 위해 원자력발전환경정비기구를 만들고 지자체들과 협의해 왔지만 어느 지자체도 유치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결국 지난해 이 기구를 폐지하고, 미봉책인 중장기 보관시설을 짓는 쪽으로 방침을 돌렸다.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을 빼내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혼슈 최북단의 아오모리현 무쓰시에 중간저장시설이 설치돼 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발생한 ‘지정폐기물’의 최종처분장을 미야기·지바·이바라키·군마·도치기 등 5개 현에 지을 방침이지만,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 지정폐기물은 방사성물질인 세슘 농도가 1㎏당 8000㏃(베크렐·방사선 배출 단위) 넘게 검출되는 하수·오니·볏짚 등이며, 지난 6월 말 현재 12개 도·현에 14만6000t 넘게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원전 안에 봉인해 저장하고 있는 원전 설비·부품들. | 일본 원자력자료정보실 제공


독일 그라이프스발트 중간저장시설 직원이 제염·절단작업을 거친 원전 증기발생기 절단면을 옮기고 있다. | 독일 EWN사 제공


미국 일리노이주 자이온 원전 원자로에서 빼낸 사용후 핵연료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수조에 담겨 있다. | 목정민 기자


미국 일리노이주 자이온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캐니스터(통)에 담겨 원전 부지에 보관돼 있다. | 목정민 기자


일본 이바라키현 일본원자력연구소 재처리특별연구동에 원전·연구시설 등에서 나온 핵폐기물이 저장돼 있다. | 김기범 기자


■ 핀란드만 고준위 방폐장 건설… 한국은 연내 ‘권고안’ 내놓기로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핀란드는 유일하게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을 건설하고 있다. 핀란드의 고준위 방폐장은 경기도 크기인 올킬로오토 천연암반 지역에 450m 깊이로 짓고 있다. 천혜의 자연조건이라고 평가받지만, 10만년 이상 버틸 수 있다는 보증은 없는 상황이다.먼 미래의 후손과 ‘의사소통’이 가능할지도 관심사다. 핀란드의 언어학자·심리학자들은 ‘이곳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장이니 건드리지 말라’고 어떻게 표시하면 좋을지 논의 중이다. 수만년 후의 인류가 어떤 언어를 쓸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에선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가 연말까지 사용후 핵연료를 어떻게 처리할지 대정부 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공론화위가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 없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경주 방폐장도 20년 넘게 사회적 갈등을 거쳐 만들어진 데 비춰 국내에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시설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만년 단위로 저장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받아들일 지역을 찾기 힘들다는 것은 원전업계도 인정하고 있다. 지자체가 원해도 2003년 부안에서 방폐장 건립을 놓고 벌어진 사회적 갈등 이상의 진통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탈핵 로드맵이 결정돼야 사용후 핵연료도 실질적으로 공론화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열린 수도꼭지 이론’이다. 김익중 원자력안전위원회 비상임위원은 “열린 수도꼭지 때문에 집에 물바다가 되었다면 물을 퍼내기 전에 수도꼭지를 잠그는 게 순서일 것”이라며 “고준위 핵폐기물을 계속 발생시키는 원전을 언제까지 운영할지 결정한 다음에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골치 아픈 핵폐기물 후진국에 전가하려는 선진국들

일부 원전대국들은 답을 못 찾는 방사성폐기물을 원자력기술 제공 등을 빌미로 외국, 특히 후진국에 떠넘기고 있다. 국제적 비난을 사지만 성사되면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이 돼 ‘핵쓰레기’를 국외로 보내려는 시도는 이어지고 있다.

대만은 20세기 말 북한에 방사성폐기물 이전을 시도했다. 대만은 1997년 드럼통 6만개분의 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북한에서 위탁처리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한국·중국 정부와 국제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이듬해인 1998년 포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1년 일본 언론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국제적인 사용후 핵연료 저장·처리 시설을 지반이 단단한 몽골에 짓는 계획을 극비리에 추진하고 있는 사실을 폭로했다. 두 나라는 그 대가로 몽골에 원자력 기술을 지원키로 했지만 핵폐기물을 제3국에 떠넘기는 행태는 국제적 비난을 샀다. 두 나라의 핵폐기물 수출 계약에는 추정 매장량 150만t에 달하는 몽골의 우라늄을 확보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 일본은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도 비슷한 내용의 교섭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 방사성(핵)폐기물이란
중저준위·고준위로 분류… 고준위 반감기 평균 10만년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해 나오는 방사성(핵) 폐기물은 중저준위와 고준위로 나뉜다. 방사선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은 반감기가 평균 300~400년이다. 반면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반감기는 평균 10만년이다. 방사능 강도를 줄이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 한 적어도 이 기간에는 고준위 핵폐기물을 500~1000m 지하 암반층에 격리·보관해야 한다는 뜻이다. 10만년은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이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후의 인류 역사로 보는 기간이다.

방사성폐기물 처리는 격리·보관하는 ‘직접처분’이 있고, ‘재활용’하거나 ‘임시저장’하는 방법이 활용되기도 한다. 일본·영국 등에서는 사용후 핵연료에서 플루토늄 등 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재처리 과정을 밟고 있다. 한국에서는 파이로프로세싱이라는 재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간저장은 사용후 핵연료를 직접처분하거나 재처리 전에 일정기간 임시저장시설에 보관하는 방법이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을 10만년 이상 안전하게 보관할 방법을 마련하지 못한 대부분의 원전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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