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8-11 10:26
[경향신문] 미국의 폐로 현장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3,877  
   http://bizn.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1408042148295&code=9… [1429]



ㆍ(2) 미국 빅락 폐로 현장 르포

미국 시카고의 미시간호 동쪽에 있는 작은 마을 샬레보이에는 ‘빅락’(bick rock)이라는 어린아이 키만 한 바위가 있다. 마을 터줏대감처럼 수백년간 자리를 지켜온 빅락은 과거 인디언들이 카누를 타고 와 모임을 하던 바위였다.

빅락에서 바라본 미시간호는 멀리 하늘과 맞닿을 때까지 파란 바다처럼 이어졌고, 호변엔 넓은 모래사장이 자리했다. 빅락 옆에 광활하게 펼쳐진 초원지대에서는 이름 모를 들꽃과 풀이 허리 높이까지 자랐다. 새들과 나비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초원-바위-호수가 원색으로 어울린 빅락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이 땅은 그러나 17년 전까지만 해도 빅락포인트 원자력발전소가 가동되던 곳이다. 원전은 1997년 8월29일 오전 10시32분 가동을 멈춘 뒤 핵연료를 제거했고 원자로가 해체됐다. 원전 폐로가 일단락된 지금 원형의 원자로 건물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원전 터의 방사선량은 연간선량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연간선량은 그 사회에서 1년간 사람이 방사능에 노출돼도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방사선량이다.

1997년 가동을 중지하고 해체된 미국 미시간 호수 변의 빅락포인트 원전(위 사진)과 2006년 미 정부로부터 자연복원 판정을 받은 원전 부지의 현재 전경(아래). 원전 측이 제공한 항공촬영 사진과 지난달 10일 경향신문이 원전 부지가 보이는 땅에서 찍은 사진은 촬영각도에 따른 차이가 있지만, 원전 해체 전후 17년 사이에 자연이 상당 정도 복원됐음을 보여준다. 위 사진을 보면 원전 뒤에 있는 숲에서 호수쪽 끝지점에 빅락(큰 바위·오른쪽 원)이 있다. 아래 사진에서 뒤쪽 숲 앞쪽에 하얗게 보이는 땅(왼쪽 원)이 원전 부지이고 그 숲에서 호수 쪽으로 돌출된 끝지점에 빅락(오른쪽 원)이 있다.

<여기를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자연화’ 2006년 확정 받아… 주민 거주지로도 가능해
부지 활용 계획 없이 폐로… 8년 후에야 박물관 추진
한국에 시사하는 점 많아


■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빅락’

지난달 10일 가동을 멈춘 지 17년 된 빅락포인트 원전 부지를 찾았다. 1962년 미국에서 5번째로 가동된 원전은 35년간 미시간호 북쪽 지역에 전기를 공급했다. 아주 초기 형태를 띤 상업용 원전은 시설용량도 75㎿(메가와트)로 작다. 규모로만 보면 한국 최초의 상업원전 고리1호기(587㎿)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원자로가 있던 표지는 들풀에 가려 찾기 어려웠다. 원전 부지 관리를 맡고 있는 엔터지사의 사용후 핵연료 관리 책임자인 밥 반바그너도 들풀을 헤치며 한참을 헤맨 끝에 막대기로 표시된 지점을 찾아냈다. 표지를 해놓은 나무는 군데군데 썩어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이 원전 부지는 2006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자연화가 됐다”는 확정 선고를 받았다. 현재 이곳은 연간 방사선 수치가 0.25m㏜(밀리시버트·인체에 피폭되는 방사선량 단위) 이하로 유지되고 있다. NRC 규정집에는 사람이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표시돼 있다. 원전 해체 작업을 담당했던 윌리엄 트루비로바이츠는 “2006년 자연화된 이후 매일 초원에서 사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야생동물들이 이곳을 많이 찾고 있다”며 “원전을 운영할 땐 두더지나 토끼 같은 작은 동물밖에 없던 곳”이라고 말했다.


■ 원전 부지 어떻게 쓸까 과제로

미국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2001년까지 운전허가를 받은 빅락포인트 원전이 4년이나 앞서 해체 작업에 들어간 것은 원전 운영비가 폐로 비용을 추월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윌리엄 트루비로바이츠는 “35년간 소형 원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벌어들이는 수익은 일정했던 반면 그사이 정부 규제가 강화돼 인력이 4배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원전 운영사였던 컨슈머파워(현 컨슈머에너지)사는 폐로 결정을 내렸지만 땅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장기계획이 없었다. 외려 컨슈머파워사가 원전 사업에서 손을 떼고 2006년 말 엔터지라는 전력회사에 부지를 팔았다. 원전부지 활용 방식은 구체적 청사진 없이 미제로 남은 것이다.

통상 원전 부지는 그대로 놔둘 경우 수익을 낼 수 없다. 원전 부지에 사용후 핵연료인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이 저장돼 있어 일반 용도로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전이 운영됐던 곳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에서도 쉽게 벗어나기 힘들다. 현재 이 부지에 저장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 보관 통(캐니스커)에선 비록 소량의 방사선이지만 시간당 0.02m㏜가 여전히 새어나오고 있다. 캐니스커에서 10m만 떨어져도 방사선량은 관측되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원전 부지를 다양하게 활용할 방안을 찾기는 쉽잖은 상황이다.

엔터지사는 원전 부지를 넘겨받은 지 8년이 지나서야 부지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엔터지사의 원전 부지관리 책임자 래리 포터는 “샬레보이가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주민과 청소년들에게 원전 부지 복원 사례를 소개하는 박물관으로 꾸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도 원전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 그림을 갖고 폐로를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한국에선 폐로 후 부지가 자연복원되더라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계획이 없는 상태다. 원전 부지 재활용 계획은 폐로 비용에도 큰 영향을 미쳐 사회적 합의를 먼저 이뤄내야 한다는 게 엔터지사 사람들의 지적이다. 2017년 1차 수명연장이 완료되는 고리1호기 부지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갖고 있다. 지금처럼 원전 부지로 재활용하는 방안, 자연화해 민간이 사용할 공공부지로 활용하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 과정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고리에 가동 중인 다른 원전이 남아 있어 일반·공공 부지로 활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반대로 원전 부지로 재활용하려면 ‘탈핵’을 기다려온 지역 주민의 반발이 클 수 있다.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빅락포인트 원전을 해체하고 재자연화를 한 원전 부지는 지금 풀과 들꽃이 자라는 넓은 초원지대로 바뀌었다.


빅락포인트 원전의 원자로가 있던 곳에 남아 있는 표식은 긴 세월이 흘러 많이 희미해졌다.


폐로된 빅락포인트 원전 부지 한쪽에는 원전 해체 과정에서 분리한 사용후핵연료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이 사람의 출입을 차단한 채 저장돼 있다.


■ 방사선과의 사투

빅락포인트 원전 폐로는 10년이 걸렸다. 원자로가 75㎿로 작아 10년 만에 해체할 수 있었다. 고리1호기는 빅락포인트 원전보다 8배나 크고 한국에선 첫 폐로인 점을 감안해 40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빅락포인트 원전은 원자로에서 사용후 핵연료를 꺼내 안전하게 이동·보관하는 데 1년6개월이 걸렸다. 방사선 유출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로 만든 캐니스커 통은 무게가 154t에 달해 특수트럭을 동원했다. 핵심 부품인 원자로는 미국 남동부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반웰에 있는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옮겨졌다. 특수트럭과 기차를 동원해 폐기물처분장까지 국토를 종단하는 데 꼬박 8일이 걸렸다.

그러나 방사선에 오염된 다른 고준위폐기물은 아직 갈 곳이 없는 상황이다. 빅락포인트 부지 한쪽에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임시 보관소가 마련돼 있다. 원전을 해체한 윌리엄 트루비로바이츠는 “빅락포인트 원전의 폐로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미국 정부가 고준위방사성폐기물처리장을 만들어야 이 원전뿐 아니라 미국 전역의 원전 폐로도 완성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경주에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만 갖고 있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지만 고리1호기는 2016년이면 보관 공간이 없어질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로에 앞서 폐기물 처리장 논의도 코앞에 닥쳐 있다.

<후원 | 한국언론진흥재단>

ⓒ 경향 비즈ⓝ라이프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www.kookmin.ac.kr ee.kookmin.ac.kr www.ieee.org/power www.kiee.or.kr www.etnews.com

Copyright ⓒ http://.smartgrid.kookmin.ac.kr. All rights reserved.